
드라마<졸업>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봄밤> 을 잇는 안판석 PD의 멜로 드라마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드라마에서 인상 깊게 본 것은 두 주인공의 로맨스가 아니라 ‘국어’를 대하는 자세, 더 나아가서는 ‘공부’를 대하는 자세였습니다.

드라마 <졸업> 속 등장하는 포스터 이미지
<졸업>은 대치동 학원가 강사들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주인공 혜진은 국어 스타 강사입니다. “드넓은 지식의 망망대해에 발을 들이기엔 당신의 자녀는 너무 늦었습니다.”라며 학부모들의 불안을 자극하고 “창의적인 주입식 교육과 훈련의 힘을 믿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죠. 그런 혜진에게 첫 제자였던 준호가 찾아옵니다. 혜진 덕분에 모의고사 8등급에서 수능 1등급의 신화를 쓰고 명문대, 대기업 코스를 밟았던 그가 학원강사를 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혜진에게 국어를 배운 준호는 읽는 걸 좋아하게 되고, 문제 푸는 과정을 즐기게 되고, 자신의 감정이 정답이 될 때 날아갈 듯한 기분을 느껴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혜진은 더 이상 그런 방식으로 가르치지 않습니다. 작가 설명을 할 시간이 있으면 어휘 풀이를 하나 더 하라고, 예상 문제 적중률을 높여 시험 점수만 나오게 하면 된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혜진은 학생 단 한 명만을 위한 예상치 못했던 강의를 하게 됩니다. 박완서 선생님의 ‘카메라와 워커’라는 작품을 설명하기 앞서 혜진은 선생님의 생애를 이야기합니다. 처음 준호를 가르쳤던 방식으로 말이죠. 그 강의를 들은 학생은 이런 필기를 합니다. ‘친구를 사귀듯 천천히’, ‘지문 밖의 세계가 더 넓다’, ‘어휘력은 곧 상상력’
그 학생은 공교롭게도 전교 1등이었는데, 다른 과목과 달리 국어는 점수가 잘 나와도 찜찜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혜진의 강의를 들은 감상을 이렇게 말해요.
교과서 첫 장에 보면 국어 공부의 목적은 인간답게 사는 데 있다고 쓰여 있거든요. 근데 이거 읽는다고 내가 더 인간다워지거나 그런 것 같지 않고. 아니, 인간다운 게 뭔지 모르겠고. 국어는 좀 뜬구름 잡는 과목 같아서 싫었거든요. 근데 어제 수업을 듣고 나선 제가 왜 국어를 싫어했는지 좀 알 것 같았어요.
학년 바뀌고 교실 들어가서 오늘 점심은 누구랑 먹을지 막 눈치 볼 때랑 비슷한 기분이었던 것 같아요. 작품을 쓴 작가도 초면이고,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도 나랑 초면인데 걔들이랑 밥도 먹어야 되고. 그 사람들의 생각이나 입장을 엄청 빨리 막 맞춰야 되고 하는 게 힘들었구나 싶었어요. <졸업 5화>
“국어 공부의 목적은 인간답게 사는 데 있다.”는 대사가 묵직하게 남았습니다. 이것은 국어뿐만이 아니라 모든 공부의 목적일 텐데, 그걸 알고 공부하는 학생들은 얼마나 될까요. 사실 안다 해도 그걸 목적으로 삼는 것은 판타지 혹은 이상적이라는 비판을 듣는 것이 현실일테죠.
당장의 시험점수가 내 위치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 세상에서, 문학 지문을 친구를 사귀듯 천천히 대하는 것도 마찬가지 일이죠. 그럼에도 드라마는 화두를 던집니다. ‘학문을 다 대치동처럼 대하면 세상 망한다. 공부 자체로서 공부가 인류를 성장시키는 거’ 같은 대사를 통해서요. 점수를 잘 받아도 드는 찜찜한 기분은 지금을 사는 학생들이 모두 느끼고 있는 거 아닐까요? 공부는 친구를 사귀듯 천천히 근본부터 알아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혜진은 준호의 등장을 시작으로 여러 가지 사건 사고를 겪으며 가르치는 방식에 변화를 줍니다. 기초부터 가르쳐 지문을 읽는 힘을 기르게 하는 느린 방식을 택한 것이죠. 엄마들이 몰려와 이런 방식으로 어떻게 아이들이 입시를 치루냐며 언성을 높입니다. 혜진이 아이들에게 기본적인 읽기와 쓰는 힘이 부족하다고 지적하자 “지금 가정 교육을 제대로 못시켰다고 말하는 것이냐”며 한 엄마가 따져 묻습니다. 혜진은 집에서 못한 걸 제가 해보겠다고 답합니다.
대치동의 입시 학원에서 기초부터 가르치겠다는 스타 강사의 발언은 현실과는 아주 거리가 먼, 드라마이기에 가능한 장면일 것입니다. 이 말을 학교 선생님이 아니라 학원 강사가 했다는 사실 또한 매우 역설적이죠. 그런데 드라마는 그 말을 하는 사람이 누구건, 공부의 본질, 교육의 본질을 생각할 때라는 것을 계속해서 이야기합니다.
‘매관매직이 무슨 매직인지 묻더라’는 대사를 그저 웃어 넘겨버릴 수 없었던 게 저뿐만은 아닐거라 생각합니다. 제대로 읽고 쓰는 걸 가르쳐주는 곳이 있다면 제일 먼저 달려가 배우고 싶습니다.
Written by 랄라
🔗📺 드라마 <졸업>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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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졸업>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봄밤> 을 잇는 안판석 PD의 멜로 드라마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드라마에서 인상 깊게 본 것은 두 주인공의 로맨스가 아니라 ‘국어’를 대하는 자세, 더 나아가서는 ‘공부’를 대하는 자세였습니다.
드라마 <졸업> 속 등장하는 포스터 이미지
<졸업>은 대치동 학원가 강사들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주인공 혜진은 국어 스타 강사입니다. “드넓은 지식의 망망대해에 발을 들이기엔 당신의 자녀는 너무 늦었습니다.”라며 학부모들의 불안을 자극하고 “창의적인 주입식 교육과 훈련의 힘을 믿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죠. 그런 혜진에게 첫 제자였던 준호가 찾아옵니다. 혜진 덕분에 모의고사 8등급에서 수능 1등급의 신화를 쓰고 명문대, 대기업 코스를 밟았던 그가 학원강사를 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혜진에게 국어를 배운 준호는 읽는 걸 좋아하게 되고, 문제 푸는 과정을 즐기게 되고, 자신의 감정이 정답이 될 때 날아갈 듯한 기분을 느껴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혜진은 더 이상 그런 방식으로 가르치지 않습니다. 작가 설명을 할 시간이 있으면 어휘 풀이를 하나 더 하라고, 예상 문제 적중률을 높여 시험 점수만 나오게 하면 된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혜진은 학생 단 한 명만을 위한 예상치 못했던 강의를 하게 됩니다. 박완서 선생님의 ‘카메라와 워커’라는 작품을 설명하기 앞서 혜진은 선생님의 생애를 이야기합니다. 처음 준호를 가르쳤던 방식으로 말이죠. 그 강의를 들은 학생은 이런 필기를 합니다. ‘친구를 사귀듯 천천히’, ‘지문 밖의 세계가 더 넓다’, ‘어휘력은 곧 상상력’
그 학생은 공교롭게도 전교 1등이었는데, 다른 과목과 달리 국어는 점수가 잘 나와도 찜찜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혜진의 강의를 들은 감상을 이렇게 말해요.
“국어 공부의 목적은 인간답게 사는 데 있다.”는 대사가 묵직하게 남았습니다. 이것은 국어뿐만이 아니라 모든 공부의 목적일 텐데, 그걸 알고 공부하는 학생들은 얼마나 될까요. 사실 안다 해도 그걸 목적으로 삼는 것은 판타지 혹은 이상적이라는 비판을 듣는 것이 현실일테죠.
당장의 시험점수가 내 위치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 세상에서, 문학 지문을 친구를 사귀듯 천천히 대하는 것도 마찬가지 일이죠. 그럼에도 드라마는 화두를 던집니다. ‘학문을 다 대치동처럼 대하면 세상 망한다. 공부 자체로서 공부가 인류를 성장시키는 거’ 같은 대사를 통해서요. 점수를 잘 받아도 드는 찜찜한 기분은 지금을 사는 학생들이 모두 느끼고 있는 거 아닐까요? 공부는 친구를 사귀듯 천천히 근본부터 알아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혜진은 준호의 등장을 시작으로 여러 가지 사건 사고를 겪으며 가르치는 방식에 변화를 줍니다. 기초부터 가르쳐 지문을 읽는 힘을 기르게 하는 느린 방식을 택한 것이죠. 엄마들이 몰려와 이런 방식으로 어떻게 아이들이 입시를 치루냐며 언성을 높입니다. 혜진이 아이들에게 기본적인 읽기와 쓰는 힘이 부족하다고 지적하자 “지금 가정 교육을 제대로 못시켰다고 말하는 것이냐”며 한 엄마가 따져 묻습니다. 혜진은 집에서 못한 걸 제가 해보겠다고 답합니다.
대치동의 입시 학원에서 기초부터 가르치겠다는 스타 강사의 발언은 현실과는 아주 거리가 먼, 드라마이기에 가능한 장면일 것입니다. 이 말을 학교 선생님이 아니라 학원 강사가 했다는 사실 또한 매우 역설적이죠. 그런데 드라마는 그 말을 하는 사람이 누구건, 공부의 본질, 교육의 본질을 생각할 때라는 것을 계속해서 이야기합니다.
‘매관매직이 무슨 매직인지 묻더라’는 대사를 그저 웃어 넘겨버릴 수 없었던 게 저뿐만은 아닐거라 생각합니다. 제대로 읽고 쓰는 걸 가르쳐주는 곳이 있다면 제일 먼저 달려가 배우고 싶습니다.
Written by 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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