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텐스로그#28] 거짓말과 우울증의 상관관계

룰루박
2024-08-23

네이버 웹툰 <랑데뷰>보러가기 현재 ‘센텐스로그’는 룰루, 랄라, 치즈가 돌아가며 쓰고 있습니다. 저희 셋은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에너지(시간, 돈)의 절반 이상을 콘텐츠를 소비해 왔습니다. 각자 소비해 온 콘텐츠가 많은데도 서로 겹치지 않은 점이 신기하기도 했어요. 아주 초반에는 각자 인상 깊게 생각했던 콘텐츠를 카카오톡에서 링크로 주고받고 끝났는데 어느 순간 그렇게 한 줄의 톡으로 사라져 버리는 게 너무 아깝더라고요. 그래서 ‘각자 시청하고 읽은 콘텐츠 중 기억나는 한 줄의 문장을 잡아 글을 쓰고 나눠 읽자'라고 시작한 것이 <센텐스로그>였습니다. 


책은 물론 영화, 드라마, 웹툰, 웹소설, 심지어 누군가 무심코 던진 말이나, 길가에 떨어진 전단지에 쓰인 문구까지도 <센텐스로그>의 소재가 될 수 있는데요. 그렇게 한 줄의 문장을 잡고 쓰다 보면 어느 순간 문장이 왜 나에게 와닿게 되었는지 이유를 쓰고 있더라고요. 어쩌면 일기나 심리 상담 외 또 다른 방식의 내 마음 읽기 같았어요. 


저는 약 두 달 동안 <노동해방일지>를 연재하며 센텐스로그 쓰기를 멈췄었는데요. 연재가 끝난 지금 다시 센텐스로그 쓰기로 복귀하려는데 잘 써지지 않더라고요. 한참을 고민만 하며 휴대폰 폴더에 저장해둔 캡처 이미지를 훑어보다가 놀랍게도 네이버 일요 웹툰인 <랑데뷰> 대사 캡처 이미지가 휴대폰 용량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찬찬히 다 살펴보다가 지금 저의 상태, 즉 센텐스로그 마감을 2주나 밀린 저의 상태를 표현하는 회차가 있어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랑데뷰는 어릴 적부터 소심하고 사회성이 부족한 점이 고민인 ‘하민'이라는 캐릭터가 새로 이사한 빌라에서 조금 특이한 28세 동갑내기 친구들인, 봉팔, 지은, 민정, 혜성을 만나게 되며 벌어지는 내용이에요. 그 빌라에서 살고 있는 5명 모두가 주인공이죠. 2021년부터 지금까지 매주 일요일 연재 중인 웹툰인데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딱 4개월 휴재가 전부였던 이 웹툰은 현재 121화까지 성실하게 업로드되고 있습니다. 


특히나 이 웹툰의 묘미는 각 캐릭터가 겉으론 멀쩡해 보이지만 인간 내면의 열등감과 찌질함을 하이퍼 리얼리즘 급으로 묘사한다는 점이에요. 일요일 웹툰이기 때문에 보통 침대나 소파에서 편한 자세로 이 웹툰을 읽다가 캐릭터들의 뻘짓이 너무 부끄러워 대리 이불킥하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거든요. 


이렇게 찌질함만 있나 싶다가도 어느 순간 캐릭터가 성장도 합니다. 캐릭터가 에피소드 별사건 전개에 따라 성격이나 태도가 매회 변화거든요. 너무 찌질했던 캐릭터가 어느 순간 너무 정상인같이 그려지고 그럼 전 회차에 이불킥했다가 안심이 되기도 하고 가상의 캐릭터지만 진심으로 응원도 하고 싶어지더라고요. 소위 입체적인 캐릭터라고 하면 이렇게 표현해야겠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죠. 


121화까지 나왔으니 그간 얼마나 주옥같은 대사나 장면이 많았겠습니까마는, 이번 주 저의 마음을 훔친 문장은 아래와 같습니다. 



물론 캐릭터가 한 말은 아니고, 그 회차에 나온 메시지를 각색한 문장입니다. 


<랑데뷰>에 나오는 캐릭터 중 지은의 에피소드에 나온 문장이었는데요. 지은은 카페를 운영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같지만, 어렸을 적부터 엄격한 어머니의 기대에 완전히 벗어나지 못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내내 숨기며 살아요. 이 ‘지은'이라는 캐릭터는 5명 주인공 중 사고방식이나 가치관은 가장 무난한데 레즈비언이니 내적 갈등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되는 캐릭터입니다.     


이런 ‘지은'이 운영하던 카페 앞에 전 여자친구가 스타벅스를 개업합니다. 내가 원하는 장소에 스타벅스를 떡하니 개업할 수 있다는 사실까지만 웹툰 적 허용이라 볼 수 있고요. 그 뒤로 ‘지은'이 운영하던 카페가 망하고 새로운 카페를 개업하기까지 한 은둔 현자의 멘토링을 받게 되죠. 


초반에 현자는 ‘지은'이 너무 우울해 보여서 멘토링 하기 싫어하는데요. 바로 여기서 제 마음을 훔친 문장이 나오죠. 자신이 원래 하려고 했던 것을 하지 않거나 미루면, 다짐했을 당시는 아니었겠지만, 결과론적으로 스스로 거짓말하게 되는 거라고요. 거짓말을 하면 스스로 수치심과 죄책감을 느끼는데, 그런 감정들이 쌓이면 만성이 되면서 결국 자기가 무엇을 생각하는지도 모르게 된다고 말해요. 



결국 야심이 있으면 노력하던가, 노력하기 싫으면 야심을 버리라는 이야기죠. 내 생각과 행동을 일치해야만 죄책감과 수치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말과도 동일하게 들렸어요. 이런 와중에 너무나 절박했던 ‘지은'은 자신의 인권을 포기하겠다는 각서까지 쓰고 현자에게 조언을 듣기로 합니다. 그리고 멘토링을 받으며 ‘지은'은 자신의 진짜 문제를 발견해요. 그것은 ‘지은'이 바로 “게으른 야심가"라는 점이었죠. 멘토링 초기에 왜 자신이 운영하던 카페가 망했냐 묻는 말에 ‘지은'은 스타벅스라고 답하는데요. 그 대답을 듣고 현자는 뼈를 때립니다. 스타벅스 때문이 아니라 “너의 감성이 구려서라고요" 


그다음 나오는 내용을 읽으며 저도 모르게 몇 차례 정독하게 된 현자의 말을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1. 현대인 대부분의 소비는 당장 필요는 없지만 감각을 자극하려고 돈을 쓴다. 

  2. 옛날에 인간의 시력이나 청력은 말도 안 되는 수준이었지만 현대인은 자신의 감각보다 정보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다. 

  3. 개인의 감각은 불분명하고 불확실한 첫 번째 정보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점점 불필요한 감각을 퇴화시켜서 실패를 덜하려고 한다. 

  4. 그러나 ‘프랜차이즈’ 라는 ‘정보'는 인간의 감각을 만족시키지 못한다. 

  5. 결론은 감각적으로 진짜 만족스러운 경험을 만드는 까페를 만들어야 한다. 

  6. 실제로 오래 살아남는 개인 카페나 핫플들 보면, 대다수 자기만의 특색이 있거나 커피 퀄리티가 엄청 좋다. 

  7. 온라인에서 허위 정보로 감각을 속이는 짓은 절대 오래 못감 

  8. 그래서 진짜 결론은 정론으로 가야 함. 진짜 맛집 카페를 만들어야 함. 


그래서 현자는 결국 ‘지은'에게 자신의 취향과 감각을 기를 수 있는 훈련을 시키죠. 매일 까페를 수십 군데 들러 직접 보고 느끼며 '지은'의 미감과 감각을 높이는 훈련이었어요.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지 각자 웹툰을 보시면 알 수 있는데요. ‘지은'의 카페 재창업 에피소드 이후 나머지 캐릭터들이 또 영향을 받는 에피소드는 정말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이불킥 내용이라서 너무 재밌게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웹툰의 <게으른 야심가> 편이 너무 독특하면서도 동시에 너무 저의 뼈를 때려서 음식으로 표현하자면 마라탕 같다고 느꼈는데요. 저만 뼈를 맞을 수 없어 여러분께 강하게 추천해 드립니다. 우리 모두 작심삼일 같은 거 많이 하잖아요? 


<랑데뷰>에는 거창한 세계관이나 대서사시 이런 건 없고요. 다만 인물의 내면과 관계에 극세밀화처럼 초점을 맞춘 웹툰이에요. 가끔 너무 부끄러워서 덮어두고만 있던 내면의 고민을 확인하실 수 있을 거에요. 

지지고 볶지만 결국은 성장형인 <랑데뷰>의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네이버 일요일 웹툰 앱을 켜세욧!   



written by  센텐스로그 마감일을 어기고 죄책감과 수치심에서 벗어나기 위해 

웹툰을 읽고 센텐스로그 마감해서 후련해진 룰루 씀 




📺 네이버 웹툰 <랑데뷰>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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